[우리말 뿌리 알기] 소금(素金)은 ‘하얀 금’…잘츠부르크, 소금과 관계있어

[우리말 뿌리 알기] 소금(素金)은 ‘하얀 금’…잘츠부르크, 소금과 관계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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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창현의 우리말 뿌리 알기(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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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 그대로 당시 통용되던 화폐인 상평통보보다

100배의 명목 가치로 통용시키기 위해 만들었다…

실질 가치가 없는 속 빈 그릇 소리인 ‘땡’과

 돈이라는 ‘전’이 합쳐져 ‘땡전’이 되어버린 것이다.



지난 호에서 은행이라는 말의 유래에 대해 알아봤다. 이번 호에는 화폐로 통용되던 소금, 조선의 화폐 당백전, 여론에 대한 뿌리를 알아본다.


뉴질랜드는 본격적인 겨울철에 들어섰다. 어린 시절 겨울철에 따뜻한 이불 속에서 오줌을 참고 자다가 꿈속에서 시원하게 소변을 봤다. 실제로 오줌을 싼 것이다. 겨울철에 솜이불과 요를 말리는 것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날씨가 영하로 내려가 빨랫줄에 널어놓은 이불과 요가 꽁꽁 얼기도 한다.


모차르트 생가 Salzburg, ‘소금성’ 의미

어머니는 벌로 바가지를 주었다. 이웃집을 돌면서 소금을 얻어 오라는 미션을 내렸다. 영하의 날씨에 이웃집에 아침부터 가서 소금을 얻으러 가는 것은 오줌 싼 벌이라는 것을 이웃들이 모두 알기 때문에 여간 창피한 일이 아니었다.

장터에서 재수 없는 손님이 오면 소금을 뿌린다고 한다, 성경에서는 “너희가 세상의 소금이 돼라”고 한다. 부패하지 말라는 뜻에서 소금을 소중하게 여겼다. 


소금은 로마 시대에는 화폐 대신으로 쓰였다. 영어 ‘salary’란 단어도 라틴어 ‘Sal(소금)을 지급한다’는 뜻의 Salarium(살라리움)에서 유래했다. 점차 세월이 흐르면서 salary로 변해 오늘날의 월급을 뜻하는 단어가 되었다.

음악의 신동, 모차르트의 생가가 있는 오스트리아의 Salzburg는 Salz(소금) burg(성)가 합쳐진 지명이다. 알프스산맥 자락에 위치한 곳이다.


한국은 바닷가 염전에서 소금을 채취하지만 이곳은 땅속 소금 광산에서 소금을 채취한다. 아주 옛날 알프스산맥의 대부분은 바다였다. 이 바다가 지각 변동에 의해 높은 산으로 바뀌면서 엄청난 압력으로 바위 형태의 소금으로 땅속에 묻히게 된 것이다. 이러한 소금을 바위처럼 생긴 소금이라서 ‘암염’이라 부른다.


여름철 별미 ‘짠지, 김치의 원조

중세 시대 대주교는 ‘백색 금’으로 불리던 소금으로 엄청난 부를 축적하여 잘츠부르크 주변에 웅장한 성과 건물을 세우는 데 필요한 돈을 확보했다.


소금 얘기가 나왔으니 한 가지 더 알아보자. 우리나라에서 전통적으로 맛의 종류는 다섯 가지가 있다. 신맛, 쓴맛, 단맛, 매운맛, 짠맛이다. 그런데 우리 조상들은 짠맛 속에 백 가지 맛이 다 들어 있다고 했다. 이때 백 가지 맛은 인간이 느끼는 모든 맛을 총칭하는 말이다. 그래서 음식 간만 맞으면 음식 맛은 된다고 한다. 식자재 맛과 간으로 음식을 먹는 것이 건강식이라 했다.


우리 음식 중 세계적 음식이 된 ‘김치’도 원래 ‘沈菜’(침채)라는 말에서 나온 말이다. ‘소금에 절인 채소’란 뜻이다.

어르신들은 지금도 ‘짠지’를 아실 거다. 배추를 소금만 넣어 항아리에 넣어 땅속에 묻어 두었다가 배추김치가 귀하던 여름철 별미로 먹던 음식이다. 이 짠지가 김치의 원조다.


15세기경 아메리카가 원산지인 고추가 우리나라에 들어오면서 많은 양념을 넣어 다양한 오늘날의 김치가 만들어졌다. 김치는 소금과 배추가 절묘하게 만나 발효라는 꽃으로 피워 낸 세계적인 음식이다.


‘땡전’은 흥선대원군 섭정 시대 때 나와

우리가 흔히 돈이 없을 때 ‘땡전 한 푼도 없다’라고 말한다. 이때 ‘땡전’이라는 말은 조선 말 고종의 아버지 흥선대원군이 섭정을 하던 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임진왜란 때 왕궁과 백성을 버리고 혼자 살겠다고 몽진을 하신 왕을 원망하며 백성들이 경복궁과 여러 궁궐을 불태웠다. 한국전쟁이 일어나자 한강철교를 폭파하고 부산까지 피난을 갔다. 그러나 너무 빨리, 멀리 피난을 간 것 같아 대전으로 다시 돌아와 녹음 방송하고 다시 부산으로 피난을 가신 대통령과 비슷하다.


아무튼 불에 타버린 경복궁을 복원하고 서구 열강의 침범에 대비해 군대를 증강하는데 엄청난 돈이 필요했다. 그러나 국고는 거의 바닥난 상태라 부족한 재정을 해결하기 위해 돈을 많이 찍어 내야 했다. 고액권을 찍어낸다고 이름을 ‘당백전’(當百錢)이라 이름을 지었다.


말 그대로 당시 통용되던 화폐인 상평통보보다 100배의 명목 가치로 통용시키기 위해 만들었다. 실질 가치와 명목 가치의 차이가 많이 나는 화폐가 무리 없이 받아들여지기란 대단히 어려웠다. 당연히 대중으로부터 배척당했다. 이는 곧 물가 상승으로 이어지면서 가치 없는 돈으로 외면당했다. 실질 가치가 없는 속 빈 그릇 소리인 ‘땡’과 돈이라는 ‘전’이 합쳐져 ‘땡전’이 되어버린 것이다.


여론(輿論)은 ‘가마꾼들의 이야기’

요즈음 한인회 선거로 여론(輿論)이 분분하다. 이때 여론이라는 말은 원래 ‘가마꾼’들이 모여서 하는 ‘이야기’가 많은 사람에게 알려져 사회 구성원의 공통된 의견을 형성하던 것이다.


옛날에 가마를 타는 사람들은 양반들이고 관직으로는 고관대작들이었기에 그들이 보고 들은 이야기 조각들을 맞추어 보면 ‘새로운 소식’ 즉 뉴스가 만들어지는 것이다. 현재는 가마꾼 역할을 하는 사람들이 택시 운전사들이다.


어떤 정치인은 여론의 진실을 알기 위해 정치를 쉬면서 택시 운전사를 했던 사람도 있다. 또 어떤 사람은 어둡던 군사정권 시절 학생운동을 하다가 프랑스로 망명해 택시 운전사를 하며 프랑스의 자유주의에 대해 배우고 책을 써 프랑스의 민주주의를 소개한 사람도 있다.


그러나 요즈음 여론은 기자라는 전문뉴스 수집가들에 의해 활자화되어 여론을 형성한다. 어떤 성향의 기자가 글을 쓰느냐에 따라 여론의 방향이 좌지우지된다


요즈음은 사회연결망(SNS) 덕분에 교차 검증하여 뉴스의 진실을 어느 정도 가려낼 수 있다. 차라리 가마꾼들의 이야기를 전해 듣던 시절이 그립다.

정창현_우리 문화 연구가, 오클랜드 교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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