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avens 지금 여기 -백동흠 수필집 출간-

Heavens 지금 여기 -백동흠 수필집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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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동흠의 뉴질랜드 꽁트(2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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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나만의 도서관

“Don’t panic! It’s organic!”

세상사 허둥대지 마, 진심이면 다 통하는 세상이야.

뉴질랜드에서 어머니처럼 여기는 영국계 마거릿 할머니(95세) 말씀이 귓전에 맴돈다.


19년간 뉴질랜드 오클랜드에서 대형 택시를 운전했다. 4,000cc 포드 팔콘 시리즈와 홀덴 코모도에 걸쳐 다섯 대를 몰았다. 지구 한 바퀴 4만 킬로미터를 스물다섯 번, 100만 킬로미터쯤 뛰었다. 


뉴질랜드 사람은 물론 전 세계 비즈니스맨과 여행자를 다 태웠다. 언어가 다른 각국 사람들, 방언을 들어가며 어깨 옆에서 이야길 나눴다. 남녀노소, 희로애락, 각양각색, 천차만별의 세상을 다 섭렵했다. 한 사람 한 사람이 다 고유한 책이었다. 얼추 십만여 권을 읽었다. 고국에서 자동차 설계와 연구일에 보낸 13년을 훨씬 넘어섰다.


목적지에 손님을 태워다 주면서 인생도 세월도 함께 실어 날랐다. 좁은 택시 안에서 벌어지는 별별 이야기들을 가슴에 담아 두었다. 손님 중 일부는 전율케는 감동으로 아름다운 인생길을 알려줬다. 


또 다른 손님은 극한 안타까움을 주어 어려운 이를 헤아리게 되었다. 이 감동과 안타까움 속에 어우러지며 20여 년을 보냈다. 그것들은 밑거름이 되어 내 인생을 비옥하게 했다.


이제 그 보석들을 꿰어 한 권의 수필집을 엮는다.

이 책이 세상에 나오기까지 헌신해준 모든 분께 감사드린다.

2021년 3월 38주년 결혼기념일에 앞서


여섯 기둥으로 수필집 틀을

나의 뉴질랜드 4반세기 세월이 여섯 가닥 스토리로 나누어졌다.


Story 1 Heavens 지금 여기

Story 2 Pleasure! 나의 즐거움

Story 3 Self Gifting 스스로 선물

Story 4 Namaste 인도 안녕

Story 5 Margaret 키위 어머니

Story 6 Transformer 트랜스 변환


뉴질랜드타임즈에 20년간 연재한 칼럼을 추려서 만든 이야기였다. 오랜 원고를 들춰보며 그때 그 시절을 함께 음미한 시간 여행을 다녀왔다. 제목만 봐도 아스라한 풍경이 다가왔다. 택시 창에서 바라본 뉴질랜드 풍경, 일상 톡톡, 뉴질랜드 손바닥 소설, 뉴질랜드 꽁트. 

몇 작품만 다시 들춰보게 되었다.


깬~니~프! 

원어민 교사로 한국 경주에 다녀온 오클랜드 여대생이 한 이야기를 듣고 쓴 글을 맨 처음에 실었다. 재외동포 문학상 대상을 받게 한 공로 때문이었다. 이민생활에서 고국 언어를 키위들이 한 개씩  쓰는 걸 가상히 여겨 썼던 건데, 해학과 위트를 가진 고국 사랑 정서를 심사위원들이 높이 산 글이었다.


노을 

에세이 문학에 등단한 글로, 키위 할아버지를 태우고 가다 돌아가신 이야기다. 뉴질랜드 참전 할아버지가 90세 연세에 택시에서 인생 노을 속으로 사라져간 안타까우면서도 가슴 찡한 연민이 묻어났다.


사람만 한 난로가 없다. 

아무리 세상이 발전해도 사람 내음을 나누며 사는 게 인생이라 여겨졌다. 서로 나누며 사는 인간 세상, 그 자리가 이어도란 생각을 담은 이야기였다.


작은 장독과 아버지의 지게

초등학교 2학년 때, 시골에 역병이 돌아 꼬맹이들이 세상을 떠났다. 네 살배기 여동생 인숙이가 입에 쌀 뜨물 같은 거품을 토해내며 쓰러졌다. 


어머니의 울부짖음을 뒤로 한 채, 저녁 무렵 아버지가 항아리에 여동생을 담아 지게에 얹어 황돔 산으로 묻으러 걸어가는 모습이 눈에 선했다. 그런 아버지가 재작년에 하늘나라로 가셨다. 어머니도 작년에 인숙이와 아버지를 만나러 올라가셨다.


어떤 손길

교통사고로 차아래 깔린 채 의식을 잃었을 때, 머리가 몽롱했다. “안 돼!~” 아내가 내 팔을 붙잡으며 외친 단호한 외침이 나를 깨웠다. 그 뒤로 이어지는 보이지 않은 어떤 손길에 난 녹아들었다. 기적은 멀리 있지 않았다. 누가 가장 행복한 사람인가. 지금 여기에 살아있는 나와 내 이웃의 교감을 갖는 이이다.


다시 음미해보는 나의 수필 언어들

1. 세상에는 두 종류의 사람이 있다. 밤바다를 지켜보며 울어본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이다.

2. 웬걸, 일그러진 풍금 소리를 토해내듯 엉엉 울고 있었다. 먼 산에 흰곰처럼 웅크리고 있는 잔설(殘雪) 같았다.

3. 눈물이 헹굼이라면 울음은 빨래 같은 것이다. 웃음과 울음은 똑같이 우리 영혼을 정화하는 카타르시스 효과를 지녔다. 마음이 피워낸 꽃이 웃음이라면, 마음이 빚어낸 보석은 눈물이다.

4. 지금에 살고, 과거에 감사하고, 미래에 희망을 두는 것이 바로 Pleasure다.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할 일과 쉴 곳이 우리의 일상이다. 그 속에서 움직이고 쉬는 것으로 산다. 무력한가? 할 일이 없어서이다. 무능력해지는가? 쉴 곳이 없어서이다.

5. 젊어서야 찌릿찌릿 한 육신적 자극과 열정으로 산다지만, 나이 들어가면서는 사소한 일상에도 그저 찡하는 감사와 감동으로 살아가는 성 싶다. 자연스레 눈물이 많아지는 편이다.

6. 무릇 사람들은 가르침 받기보다는 어쩜 감동받기를 원하는지도 모른다. 가르침은 상대가 주는 것이지만, 감동은 내가 주는 것이다.

7. 삶이 일보다 더 소중하다. 여행하며 새삼 그걸 느낀다. 자연을 보면 역사를 헤아리고 세월을 만난다.

8. 자신이 좋아하는 큰일 하나를 하기 위해서, 마음에 선뜻 내키지 않은 작은 일 열 가지를 하는 게 인생이라고 한다. 나이 들수록 가족과 주변 사람들이 점점 더 나를 좋아하는 것이 행복이다.


에필로그

말과 글이 다른 뉴질랜드 이민 생활, 26년째를 맞았다. 말은 안 통해도 마음이 통해야 한다는 것을 절실히 느꼈다. 그 마음을 간직해두었다가 틈나는 대로 썼다. 


새벽부터 해 질 무렵까지 일하다 집에 돌아오면 연민의 해독제 같은 선물이 기다리고 있었다. 소소하면서도 잔잔한 생활 속 이야기였다. 공감이 가는 좋은 글은 친구의 이야기처럼 살가웠다. 그 글을 읽다 보면 감동받아 삶의 에너지가 솟아났다. 세상의 누군가에게 소소한 내 삶의 노래를 부르고 싶었다.


‘The best antique is the old friend'

새벽에 공항 손님 태우러 갔다가 본 현지인 문 앞의 명패다. 좋은 손님과의 추억이 명품처럼 오래된 친구로 남을 수 있다면... 명패 화두를 가슴에 품고 다닌 지 20여 년이 지날 무렵, 문득 이야기들이 날개를 퍼덕이며 하늘로 날아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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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질랜드 오클랜드 팜스 갤러리에서 

프란시스 백동흠 Francis Bae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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