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개탄

번개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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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원규의 세상 살아가는 이야기(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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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살아가는 사람들 누구나 아는 거지만 자살은 스스로 생명을 끊는 행위다. 자살의 원인은 복잡하고 파악이 어렵다고 한다. 통계에 의하면 염세, 병고, 신경쇠약, 실연, 가정불화가 자살의 가장 큰 원인을 차지한다고 한다.


자살 방법으로는 음독, 할복, 분신, 투신 등 다양하다. 


2009년 명예훼손 인신공격을 견디지 못하고 부엉이바위에서 뛰어내려 생을 마감한 노무현 대통령의 자살은 투신자살이다. 


1970년 청계천 의류업체 종업원들의 지옥 같은 노동환경개선을 외치며 몸에 휘발유를 끼얹고 불붙여 세상을 등진 전태일의 자살은 분신자살이다. 


약물을 다량으로 복용해 숨쉬기를 멈추는 자살은 음독자살이다. 일본 전국시대에 유행했던 배 가르는 자살은 할복자살이다.


그 외 이런저런 자살이 있다. 연탄가스중독 자살, 손목동맥 끊는 자살, 물속으로 뛰어드는 자살, 농약 마시는 자살, 음식을 거부해 굶어 죽는 자살이 있다. 


음식을 거부하는 자살은 주로 정치꾼들이 코스프레의 한 단막으로 뻑 하면 시도하는데, 거의 다 중도에 울고 싶을 때 뺨 때려주는 것들이 등장해 중단시키기 때문에 자살 성공률은 제로다. 


자살은 지역적 시대적으로 다양한 발생상황을 보인다. 시대가 어두울수록 자살률이 늘어난다는 것이 학계의 정설이다. 역사상 자살은 여러 사회에서 비난과 찬양의 대상이 되어왔다. 


이슬람교 유대교 그리스도교에서 자살은 죄악으로 간주되고 인도의 승려 계급인 바라문은 자살에 대해 관대하다. 어쨌든 자살은 내가 나를 버리는 거다. 


살아간다는 것에 미련을 접는 거다. 삶이 너무 척박하고, 힘들고, 괴롭고, 고통스럽고, 외롭기에 견디질 못한다. 자살은 어둡고 먹먹하고 쓸쓸하고 서글프다.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사회 여러 분야에서 인간의 행복이 어쩌고저쩌고 떠들어대는 두뇌 명석하다는 님들 모여서 자살 원인을 분석해 그 원인 제거를 위한 명쾌한 해답을 도출해 주기를 바라는 마음 굴뚝같다.


2022년 대한민국국민총생산(GDPㅡGross Domestic Product)은 세계 10위를 기록했다. 국민 1인당 소득은 년 3만7천달러를 보였다. 이건 미국 달러다. 뉴질랜드 달러로 환산하면 대충 6만달러쯤 된다. 


년 6만달러면 친구 후배 수시로 불러 밥 사주고 술 사줘도 느긋한 액수다. 모두가 이 소득이라면 대한민국 5천만국민 누구나 여유롭게 살 수 있다. 그런데 어찌 된 게 대한민국 국민 65세 이상 노인빈곤율이 50%를 넘어 세계 1위를 기록했다.


1인당국민소득이 그만하면 쪼들리지 않고 살 수 있는 액수인데, 그렇다면 빈곤한 그 사람들 몫은 대체 어떤 놈들이 꼬불치고 있는 걸까. 앞서 언급했듯 자살의 원인은 복잡하고 파악이 어렵다고 한다. 하지만 자살의 원인 중 대다수가 생활고에 있다는 걸 우리는 알고 있다.


OECD 국가 중 대한민국 국민의 자살률이 1위로 발표됐다. 국민소득이 세계 10위인데 자살률은 세계 1위다. 이유가 뭔가. 어찌해야 자살을 막고 국민들이 자긍심을 갖고 행복한 삶을 영유할 수 있을 것인가.


국가를 이끌고 간다는 정부의 머리 좋다는 나리들이 모여서 머리를 맞대고 날밤을 새면서 토론하고 연구해서 마침내 자살방지책을 발표했다. 


내용은 복잡하지 않고 의외로 간단하고 단순하고 명료하다. “자살 도구로 이용되는 번개탄에 대한 관리 감독을 강화하겠다”다. 이것이 자살률 세계 1위의 오명을 씻겠다는 정부의 ‘자살예방대책’이다. 도대체 이게 뭔가? 


정부의 발표가 있자 국민들도 너도나도 덩달아 자살예방대책을 내놓았다. 번개탄 생산업체 탱크로 밀어라. 서울마포대교 폐쇄하라. 아파트 옥상 지으면 안 된다. 바다를 메꿔라. 주유소를 폐쇄하라. 수면제 팔지 못하도록 법을 제정하라. 농약 생산을 중단하라. 나무칼을 생산하라.


사람들이 말했다. 이건 정책보좌진들의 실수다. 그들은 높으신 임금님 새벽 술 마시며 횡설수설하는데 눈치 없이 찾아가서 분명히 이랬을 거다. 


“번개탄이 자살에 기여한 공로가 큼으로 번개탄에서 뿜어내는 일산화탄소의 한계치를 조절할 필요가 시급하게 요구되는바” “지금 뭐라는 건가?” “예, 번개탄이” “번개탄으로 자살을 한다는 건가?” “예 그것이” “무슨 그런 멍청한 말을 하고 있어? 그럼 번개탄 없애버리면 되잖아!”


대한민국 국민들이 정부를 얼마나 마뜩잖게 여겼으면 이런 빈정거림을 보였을까. 한숨이 저절로 나온다. 


그렇지 않아도 사는 것이 웃을 일도 없고 재미도 없어 갑갑했는데, 번개탄 덕분에 한바탕 낄낄낄 웃었으니, 번개탄이 자살만이 아니라 웃음도 가져다주는 영물은 아닌지 모르겠다. 한심한 놈들! 우리 그냥 웃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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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원규(오클랜드 거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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