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는 기회다?

위기는 기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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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태욱 교민 1호 변호사의 ‘돈 버는 법률 이야기’(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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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감염증 대유행으로 경제가 어렵다. 하기야 경제는 맨날 어렵다. 내가 철들고 신문을 읽기 시작한 이래 한 번도 “경제가 호황이다, 살기 참 좋다”라고 신문에서 보도한 것을 본 적이 없다. 그런데 지나고 나면 ‘그때가 좋았다. 단군 이래 최대의 호황이었다!’고 말한다. 김영삼 대통령 취임 이후부터 외환위기가 일어나기 전까지의 대한민국이 그런 시기였다.


1997년 10월에 시작된 대한민국의 외환위기는 한국전쟁 이래 처음으로 대한민국 국민이 겪은 위기였다. 우리 국민은 그 위기를 돌파하고 한 단계 높은 선진국으로 확실하게 자리를 잡았다. 그러나 대가가 없는 것은 아니었다. 수많은 가정이 파괴되었고, 스스로 목숨을 버린 가장들도 많이 있었다. 한편으로 그 와중에 재산을 늘린 사람도 있었다. 부채에 몰린 사람이 헐값에 팔아넘기는 부동산이나 기업체를 싼값에 사서 나중에 경제가 회복되었을 때 비싸게 팔아서 매매 차익을 남긴 사람들이 대표적이다.


그 사람들이 부도덕한 방법으로 돈을 벌었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조선시대 농경사회의 경제 이념과 가치관을 가진 사람이다. 헐값에라도 팔아서 돈을 마련해야 했던 사람들에게는 자기 부동산이나 기업체를 사 준 사람이 구원자였다. 나중에 경제가 회복되고 난 다음에 그 사람들이 남긴 수익을 보고 배 아파하거나 비난하는 것은 정말 화장실 갈 때와 나올 때 태도가 달라지는 사람의 얄팍한 심사이다. 그때 그렇게 헐값에 나오는 부동산이나 기업체를 사들이는 사람들은 용기와 안목이 필요했다. 


지금 사들이는 부동산이나 기업체의 가격이 더 떨어질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헐값에라도 그런 투자를 하지 않았다. 그래서 안목이 있고, 용기가 있는 사람이 돈을 번 것이다. 물론 그런 투자를 할 수 있는 자금도 갖고 있어야 했던 것은 말할 필요도 없고.


그 당시 뉴질랜드에 살고 있던 우리 교민들 중에도 상당한 투자 수익을 올린 분들이 꽤 있었다. 특히 투자이민으로 오신 분 중에서 은행이나 투자금융 회사에 투자금을 필수적으로 예치해야 했던 기간이 종료되어서, 운용이 자유롭게 된 자산을 어떻게 활용할까 궁리하고 있던 분들 중에, 그 돈을 대한민국에 송금해서 고수익 금융상품에 투자하셨던 분들이다.


대한민국 원화가치가 하락해서 우리 교민들이 몇 년 전에 이민 오면서 갖고 왔던 돈을 그대로 한국으로 송금해도 대한민국의 원화 액수는 몇 배가 되었고, 게다가 금융상품이 엄청난 고금리를 지불했기 때문이다. 그렇게 한국으로 역송금한 돈은, 장롱에 묻어 두었던 금붙이까지 모으는 상황에 처한 대한민국 경제에 가뭄의 단비 이상의 기여를 했다.


지나고 보면 그렇게 좋은 돈벌이 기회가 또 없었다. 그냥 돈을 이리저리 옮기기만 하는 것으로 몇 배로 늘리는 것이니 그 이상 쉬운 일도 많지 않을 것이다. 게다가 그런 투자 행위는 대한민국의 경제를 살리는 애국적인 행동으로 칭송을 받았다. 돈 벌고, 조국을 경제위기에서 구하는 데 일조를 하고. 누이 좋고 매부 좋고, 도랑치고 가재 잡고. 보통 사람이 일생에 한 번 만날까 말까 한 기회다. 누구나 그런 기회를 꿈꿀 것이다.


그러나 그때도 대한민국 경제가 아주 폭삭 망할 수 있다는 염려에서, 이민 올 때 갖고 온 투자금을 낮은 이자를 지불하는 뉴질랜드의 금융기관에 안전하게 꽁꽁 묶어 둔 분들도 계셨다. 그러므로 기회는 누구에게나 기회가 되는 것은 아니다. 기회는 잡는 사람에게만 기회가 된다. 기회는 뒷머리가 없다고 한다. 앞으로 다가올 때 잡아야지 지나고 난 뒤에는 잡을 수 없다는 뜻이다.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의 세계적 대유행으로 인한 경제 위기는 1997년에 대한민국이 겪었던 금융위기와는 차원이 다른 현상이다. 첫째, 한 나라에만 국한된 상황이 아니고, 둘째, 인류사에 전례가 없던 일이기 때문이다. 물론 유럽까지 진격했던 칭기즈칸의 몽골제국을 격퇴시켰던 흑사병의 유행이 있었지만, 그건 전 세계가 이렇게 긴밀하게 연결되기 전의 일이었다.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대유행으로 사람들이 국가 간, 심지어는 국내에서도 지역 간 이동하는 것이 금지되기도 하고, 모이는 것이 제약을 받기도 한다.


전체적으로 경제활동에 심각한 제약을 주는 조건이고, 대부분의 사람이 이 제약으로 인해서 어려움을 겪는다. 그러나 공무원은 일 안 하면서 급료는 그대로 받는 호강을 누리고, 은행이나 대기업 직원은 재택근무나 단축 근무 등으로 적게 일하면서도 급료를 그대로 받는다. 어떤 자영업자는 소득이 없어서 정부의 긴급 지원금으로 급한 지출을 막느라고 너무 고생스럽고, 어떤 자영업자는 그나마 지원금도 받지 못해서 절박한 상황에 내몰리고 있다.


한편으로 인터넷 쇼핑몰을 운영하는 아마존이나, 인터넷을 이용한 원거리 회의용 소프트웨어를 개발한 회사는 자산 가치가 올라서 창업자와 대주주들이 웃음 짓게 만들고 있다.


경제에 영향을 주는 외부 여건의 변화가 모든 사람에게 동일한 방향으로 동일한 정도로 영향을 미치지 않는 것이 자유 시장경제 체제의 본성이다.


이런 여건 변화가 일어날 때, 이미 그 수혜자가 되는 사업을 하고 있는 사람은 다행이지만, 대부분의 사람은 곤란을 겪고 있다.


곤란을 겪고 있는 대부분의 사람은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이 상황이 빨리 끝나거나, 정부에서 좋은 대책을 내어놓아서 모두를 잘살게 해주지 않을까 기대하면서 매일 매일 뉴스를 열심히 보는 것밖에 할 수 있는 일이 없을까?


매일 매일 뉴스의 한쪽 귀퉁이에는 코로나바이러스를 즉시 퇴치할 백신과 치료 약이 금방 개발될 것처럼 예측하는 보도가 실리지만, 현실적으로 이 사태를 평가하는 사람 중에는 이 상황이 쉽게 종식되지 않는다고 보는 견해가 다수다.


“이 상황이 앞으로 1년, 2년이 더 지속한다면, 우리는 어떻게 될 것인가? 나는 어떻게 해야 나와 가족을 부양할 수 있을까? 혹시 지금이라도 아마존이나 ZOOM처럼 이 상황을 기회로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이미 많은 분이 생각하고, 답을 찾으려고 노력하고 계신 질문이겠지만, 다시 한 번 던져본다. 오클랜드의 록다운이 한 주 더 2.5로 유지된다는 발표가 나온 날에.

  <다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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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태욱 교민 1호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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