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대 행복할 수 없는 부류

절대 행복할 수 없는 부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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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원규의 세상 살아가는 이야기(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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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101세인 김형석 명예교수는 절대 행복할 수 없는 사람들을 크게 두 부류로 나눴다.

“우선 정신적 가치를 모르는 사람입니다. 왜냐하면, 물질적 가치가 행복을 가져다주진 않으니까요. 가령 복권에 당첨된 사람이 있어요. 그 사람이 과연 행복하게 살까요? 정신적 가치를 모르는 사람이 많은 것을 가지게 되면 오히려 불행해 지고 말더군요.


돈이나 권력 혹은 명예를 좇는 사람도 많습니다. 그들은 거기서 행복을 찾습니다. 솔직히 거기서 행복을 찾기는 어렵습니다. 거기에는 만족이 없습니다. 돈과 권력, 명예욕은 기본적으로 소유욕입니다. 그건 가지면 가질수록 더 목이 마릅니다. 가지면 가질수록 더 배가 고픕니다. 그래서 항상 허기진 채로 살아가야 합니다. 행복하려면 꼭 필요한 조건이 하나 있습니다. 그건 ‘만족’입니다. 


정신적 가치가 있는 사람은 만족을 압니다. 그런 사람들이 행복한 삶을 살더군요. 정신적 가치를 모르는 사람이 명예나 권력이나 재산을 거머쥘 때도 있습니다. 그런데 결국 명예와 권력, 재산으로 인해 오히려 불행해지고 말더군요. 


지금 우리 주위에도 그러한 사람들은 많이 있습니다. 정신적 가치를 모르는 사람들입니다. 물질적 가치에 눈이 먼 사람들입니다. 물질로 모든 걸 가질 수 있다고 믿는 사람들입니다. 그런 사람들은 불행해 지게 돼있습니다.


두 번째는 이기주의자입니다. 그들은 절대로 행복할 수가 없습니다. 이기주의와 행복은 공존할 수 없습니다. 이기주의자는 자신만을 위해 삽니다. 그래서 인격을 못 가집니다. 인격이 뭔가요. 그건 인간관계에서 나오는 선한 가치입니다. 이기주의자는 그걸 갖추기가 어렵습니다. 인격의 크기가 결국 자기 그릇의 크기입니다. 그 그릇에 행복을 담는 겁니다. 이기주의자는 그릇이 작기에 담을 수 있는 행복도 작을 수밖에 없습니다.”


고등학교 다닐 때 어느 날 새로운 녀석이 우리 반에 들어왔다. 애들이 “저 새끼 돈으로 들어온 거다”고 했다. 녀석은 돈을 잘 썼다. 반에 들어 온 지 얼마 되지 않아 녀석의 주위에는 대여섯 명의 떨거지들이 모여들었다. 


녀석은 점심시간이 되면 떨거지들을 데리고 매점에 가서 우동이나 먹을 것들을 사주곤 했다. 또 수업이 끝나면 수시로 녀석 집에 가서 논다고 했다. 떨거지들은 녀석이 던져주는 먹이에 침을 질질 흘리며 꼬리를 살랑거리는 음흉한 들개였다.


녀석은 시간만 나면 떨거지들과 모여 앉아 수다를 떨었다. 녀석은 형은 미국 어디 의대에 다닌다 느니, 누나는 미국 어느 대학에서 피아노를 전공한다 느니, 자기도 졸업하면 미국 대학에 갈 거라 느니, 그저 온통 제 자랑, 돈 자랑이었다. 떨거지들은 녀석을 둥그렇게 둘러싸고 앉아 감탄사를 연발하며 아부를 떨어댔다.


그날 점심을 끝내고 책상에 엎드려 단잠을 즐기려고 하는데 녀석과 떨거지들이 몰려들어와 예의 그 수다 떨기를 시작했다. 나는 “야 이 새끼들아 좀 조용히 해라. 잠을 못 자겠다”고 소리 질렀다. 떨거지들 중 한 놈이 눈을 부라리며 내게 다가왔다. 나는 의자를 들어 놈을 후려쳤다. 돈 자랑하면서 두목 노릇 하던 녀석도 내게 대들었다. 두들겨 팼다. 


지도부로 끌려갔다. ‘사랑의 매’를 수차례 맞았다. 꿇어 앉아있으라 했다. 맞은 허벅지가 쓰라려 꿇어앉아 있을 수가 없었다. 바닥에 주저앉아 있었다. 한참 후 다시 나타난 지도부 선생은 장황한 훈계까지 늘어놨다. 


그런 트라우마 때문일까? 나는 세상을 관조해야 할 이 나이에도 물질적 가치에 매달리는 인간들을 보면 쓴웃음이 나온다. 돈 좀 가졌다 하면 세상 모든 걸 다 가진 듯 으스대고, 그 주위를 둘러싸고 뭔가 얻어먹으려고 날아드는 불나방 같은 인간들을 보면 측은하고 한심스럽다.


우리 주위에는 나의 고등학생 때 ‘그 녀석’과 ‘그 떨거지’ 같은 인간들이 똬리를 틀고 있다. 돈을 매개체로 서로를 이용하는 음험한 들개들처럼 돈으로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듯 뭔가를 노리며 주위를 흘끔거리고 있다. 그들은 돈이면 세상을 마음대로 휘저을 수 있다는 환상 속에 살고있는 부패하고 부정하고 저질스러운 인간쓰레기들이다.


고귀한 인생을 왜 그렇게들 살까? 가족에게 부끄럽지도 않을까? 양심의 소리를 모르는 걸까?

물질에만 두 눈을 번뜩이는 그들은 자존심과 도덕과 양심을 던져버린 사회의 암이요 짐이요 적이요 오물이다.


정신적 가치를 모르고 물질적 가치에 매몰된 자와 이기주의자는 절대 행복할 수 없다는 노 교수의 말이 가슴 깊게 울려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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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원규_세 손녀 할아버지(오클랜드 거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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