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을성이란 가장 힘들고 배울 가치가 있는 유일한 것이다. : 헤르만 헤세

참을성이란 가장 힘들고 배울 가치가 있는 유일한 것이다. : 헤르만 헤세

뉴질랜드타임즈 댓글 0 조회 1121 추천 1


김 교수의 책따라 생각따라(62) 


d88d77be981d01c0b8e2aab70e466b53_1639111667_2469.jpg

요즈음 전 세계가 탄소중립에 대해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기후변화로 자연 재해가 매년 빈번히 일어나는 것이 바로 이산화탄소(CO2)가 증가하기 때문이다. 자동차와 석탄 발전 그리고 개발을 위한 숲의 훼손 등 문명화가 낳은 인류의 재앙이다. 

탄소중립을 위해 아주 중요한 것이 바로 숲의 보존이다. 숲의 요소가 되는 나무가 번성하기 위해 빛이 필요하다. 나무들은 땅과 하늘 사이의 연결고리이며, 잎사귀 실험실에서는 태양 에너지의 도움을 받아 대기의 이산화탄소를 우리와 다른 동물이 호흡하는 데 꼭 필요한 산소가 풍부한 공기로 바꾸어주고, 동시에 숲의 물 저장고 노릇을 해 환경의 균형에 기여한다. 

큰 나무 한 그루가 지닌 잎사귀는 축구장 크기로 약 5톤의 산소를 생산한다. 그 과정에서 사라지는 탄소는 뿌리에서 올라오는 약 300리터의 영양 염류 용액과 합쳐져 매일 4킬로그램 이상의 당분과 전분을 만든다. 1헥타르의 숲이 연간 50톤까지 먼지, 산(酸), 그을림, 이산화탄소를 제거한다.

헤르만 헤세(Herman Hesse)는 1877년 독일 뷔르템부르크에서 태어나 마울브론 신학교에 입학했지만, 중퇴를 하고 자살을 시도하기도 했다. <낭만적인 노래들>이라는 시집으로 등단해 장편소설 <페터 카멘친트>로 문학적 성공을 거둔다.

<데미안>으로 폰타네 상을 받았고, <싯다르타>, <나르치스와 골드문트>, <유리알 유희>를 발표했다 1946년 노벨 문학상을 받았고 1962년 스위스에서 사망했다. 이 책은 헤르만 헤세가 섬세하게 꽃피워낸 21편의 시와 18편의 에세이를 그림과 함께 읽을 수 있게 볼커 미카엘이 발췌한 것이다.

그는 이렇게 나무를 찬양하고 있다.
‘나무는 우리보다 오랜 삶을 지녔기에 긴 호흡으로 평온하게 긴 생각을 한다. 우리가 그들의 말에 귀를 기울이지 않는 동안에도 나무는 우리보다 더 지혜롭다. 우리가 나무의 말을 듣는 법을 배우고 나면, 우리의 사유의 짧음과 빠름과 아이 같은 서두름에 비할 바 없는 기쁨이 된다.’

그리고 그는 ‘나무는 자신을 잃지 않고 있는 힘을 다해 오로지 한 가지만 추구한다. 자기 안에 깃든 본연을 법칙을 실현하는 일, 즉 자신의 형태를 만들어 내는 것, 자신을 표현하는 일에만 힘쓴다. 

나무들은 그 자체로 아름답고 사랑스러울 뿐 아니라 건축물로 자신을 표현하는 인간에 맞서 자연의 무구함을 내세운다. 자연이 식물, 나무, 숲, 초지 등으로 자신을 드러낸다면, 인간은 건축물, 거주지, 도시들을 갖는데, 이들이 주변의 식물계와 잘 어울리고 그것을 포함하면 더욱 아름답고 유기적인 것이 된다’고 하며 자연과 인간의 공존을 강조하고 있다.

나무에 대한 재미있는 에피소드도 소개하고 있다. 예수 그리스도를 배신한 유다가 목을 매어 자살했던 나무를 ‘유다 나무’라 한다. 콩과 식물로 학명이 ‘Cercis siliquastrum’이며 원산지는 남미로 관상용 관목이다. 

하지만 유럽에서는 관목이 아니라 거목이다. ‘가짜 요한의 빵’이라고도 불리면서 (우리말로는 ‘서양 박태기나무’라고 불린다) 본의 아니게 예수의 두 제자와 엮여 있다고 했다.

헤세의 <덧없음>이라는 시의 첫 구절 ‘생명의 나무에서 잎사귀가 한 잎 한 잎 내게 떨어져 내린다’에 따라 시집을 <생명의 나무>라 제목을 붙였다. 그의 시 몇 편을 읊어 본다.

<꽃 피어난 나뭇가지>
꽃 피어난 나뭇가지에,
바람이 이리저리 애쓴다.
밝은 날과 어두운 날 사이에서
의지와 체념 사이에서
내 마음 아이처럼
위로 아래로 언제나 애쓴다.

꽃들이 바람에 흩어지고
나뭇가지에 열매들 매달리기까지,
어린 시절에 지친 마음이
저의 평온을 얻고서 고백하기까지;
쉬지 않고 흔들리는 삶의 놀이는
즐거움에 넘쳐, 헛된 일이 아니었어.

<시든 잎>
모든 꽃은 열매가 되고자 하고
모든 아침은 저녁이 되고자 하며,
변화와 시간의 흐름 말고 영원한 것은 없다.

가장 아름다운 여름도 언젠가는
가을이 되어 시들어감을 느끼고자 한다.
잎사귀야, 바람이 너를 데려가려 하거든 참을성 있게 조용히 있어라.

너의 놀이를 하고, 반항하지 말고
조용히 그 일을 일어나게 하렴.
너를 떼어낸 바람이 너를 집으로 불어 보내게 하렴.

<높새 바람 부는 밤>
 내 마음 가장 깊은 곳에서 음악이 깨어나네.
영혼은 절박한 그리움에 붙잡혀 일어나서
스스로 젊다 느끼고 넘쳐 흐르는 삶으로 돌아가기를 열망하여
운명과 싸우면서 무엇이 부족한지 헤아려보고,
노래를 웅얼거리며 행복의 꿈으로 장난치네.
한 번 더 시작하고 싶어, 
한 번 더 머나먼 청춘의 뜨거운 힘들에게 차가워진 오늘로 돌아오라고 부르고 싶어.
방랑하고 구애하고 싶어,
떠도는 소망들의 어두운 종소리가 별들에게까지 울려 퍼진다.

나무에서 아름다운 것들을 한 움큼씩 가득 얻어 힘든 시절에 쓸 수 있게 보관할 수만 있다면!
 김영안

한국서예협회장, 전 단국대 교수

 

저작권자 © ‘뉴질랜드 정통 교민신문’ 뉴질랜드타임즈,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게시글에 달린 댓글 총 0

애드 프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