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친코’와 ‘미나리’ – ‘한국인’이라는 것의 의미

‘파친코’와 ‘미나리’ – ‘한국인’이라는 것의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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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임수의 열린 상담이야기(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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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초 휴가 기간 동안 Min Jin Lee의 장편 소설 Pachinko(파친코)를 읽었다. 지난 주에는 Issac Chung이 연출한 영화 Minari(미나리)를 관람했다. 이들은 모두 미국에서 활동 중인 한국계 작가로서 작품 속에서 한반도 밖, 즉 일본과 미국에서 살아가는 한국인(Korean expatriates)의 삶을 그리고 있다. 


‘파친코’는 1930년대부터 1980년대까지 일본에서 차별과 멸시를 이겨내며 살아가는 한국인 가족의 4대에 걸친 눈물겨운 연대기를 그리고 있고, ‘미나리’는 1980년대 미국의 시골 마을에 정착한 한국인 이민자 가정의 삶을 담담히 보여주고 있다. 


일본 제국주의의 침략과 수탈, 강대국의 힘의 논리에 의한 민족 분단, 동족상잔의 비극 6.25전쟁 그리고 남북한 정권의 독재와 인권 유린 등으로 이어지는 질곡의 한국 현대사 100년. 이 두 작품은 이 시대의 아픔을 온몸으로 짊어진 채 한반도를 떠나 이국땅에서 살아가는 한국인들의 끈질긴 생명력에 관한 기록이다. 


이국땅에서 살아가는 이민자로서의 감정이입 때문일까. 그들의 눈물겨운 삶에 여러 번 울컥한 감정이 복받쳐 올랐다. 


스스로에게 물음을 던진다. ‘한국인’이란 무엇인가?’ ‘한국인 다움’은 무엇이며 이것은 어디에서 오는가? 21세기를 살아가고 있는 우리 한국인들은 이제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가? 현재 한국을 떠나 머나먼 타국에서 흩어져 살아가고 한반도 밖의 한국인(Korean Diaspora)은 어떤 역할을 해야 할까?


한국인이라는 끔찍한 굴레

‘파친코’는 이민진(Min Jin Lee)씨가 30년에 걸친 자료 준비를 거쳐 2017년에 발표한 장편소설이다. 발표 후 문단의 호평속에 2017년 뉴욕타임즈가 뽑은 ‘올해의 책 베스트 10’에 선정되었으며, 한국을 비롯한 29개국에 번역되어 전 세계 독자들로부터 사랑을 받고 있다.


이 소설은 일제 강점기 1930년대에 부산에서 일본으로 이주하여 살아가고 있는 한국인 가족의 파란만장한 삶을 그리고 있다. 

소설 속 주인공 아들이 어머니에게 묻는다. 


Is it so terrible to be Korean?

한국인이라는 것이 그렇게 끔찍한 것인가요?


식민지 출신 하등민이라는 운명의 사슬 속에 갇혀 살아가고 있는 재일 한국인들. 소설속 파친코는 일본사회에서 철저하게 배제되어 직업 선택의 기회가 박탈된 그들의 마지막 행선지가 된 곳이다. 파친코는 제도화된 차별의 상징과도 곳이다. 


민족은 분단되고, 수백만 명이 죽어가는 전쟁의 참화를 겪은 후에도 여전히 계속되고 있는 남북의 이념 갈등. 남과 북 어디에서 속할 수 없는 경계인 재일동포의 삶은 현재 어떠한가. 


새로운 곳에서 서로를 구원하자! 

시대와 장소는 1980년대 미국으로 이동한다. 


Life was so hard in Korea.

‘한국에서의 삶은 너무 힘들었어’


산업화의 몸살을 심하게 앓고 있었던 한국의 80년대. 열악한 노동조건과 독재 정권의 인권탄압으로 노동자와 소시민들의 삶은 피폐해질 대로 피폐해지고 있었다. 남북의 분단은 고착화되어 한반도 내 전쟁의 위험은 극대화되었다.


영화 ‘미나리’는 이 시기에 미국 아칸소주의 불모지로 이주하여 농장개척에 도전하는 한국인 가정의 이야기이다. 정이삭 감독의 자전적 이야기라고 한다. 숱한 난관을 이겨 나가며 처절한 도전을 계속하는 남편. 그러나 아내는 더 이상 버틸 힘이 없다. ‘이제 다시 도시로 돌아가자’

남편은 이렇게 대답한다. 


‘우리 서로 약속했잖아. 미국에서 새로 시작하자고, 서로를 구원해주자고’


그들은 서로에게 구원이 되었는가.


Kia Ora, Haere Mai, Koreans! 한국인 여러분 환영합니다. 

시대는 21세기. 현재 한국은 세계 10대 경제, 사회, 문화, 군사 강국으로 성장했다. 전 세계 어디를 가더라도 선진국 한국의 존재를 모르는 사람은 거의 없다. 


비록 남북분단의 고통은 계속되고 있지만, 최근에는 과거와 같은 극단적인 대치관계를 해소하려는 노력이 꾸준히 시도되고 있다. 중국, 일본, 미국, 유럽, 아시아, 오세아니아 등 전 세계에 퍼져 살고 있는 한국인들(Korean Diaspora)도 자기 삶의 터전에서 한국인의 위상을 높이며 훌륭한 시민으로 성장하고 있다. 


이제 한국인들은 차별과 멸시를 받는 2등 시민이 아니며, 더 이상 끔찍한 존재도 아니다. 


그렇다면 우리 한국인들은 높아진 위상에 스스로 만족하는 수준에 머물러 있어야 할까? 이제 우리는 인류의 발전에 어떻게 기여해야 할까 고민을 해야 한다. 


그 이유는 자명하다. 우리 한국인만큼 그 역할을 제대로 수행할 수 있는 사람들이 없기 때문이다. 억압적 식민 통치의 아픔을 겪고 조국을 세계 10대 강국으로 성장시킨 세계 역사상 유례없는 국민들. 독재정권을 물리치고 민주주의를 쟁취하고, 촛불 혁명으로 민주주의를 굳건히 다진, 깨어 있는 시민들의 높은 의식 수준. 근면 성실함 속에 끊임없이 도전하는 혁신적 기업가 정신 등 한국인들은 세계인들과 함께 나누고 그들을 도울 수 있는 충분한 자질과 능력을 보유하고 있다. 


전 세계에서 가장 민주적이며 청렴하고 평화로운 나라라고 자부하는 뉴질랜드에서 살고 있는 한국인 코위(Kowi: Korean Kiwi)는 어떠한 역할을 해야 할까? 평화, 인권, 환경보호와 인종차별 반대와 소수자 보호, 다양성의 가치를 최우선으로 두는 뉴질랜드 사회의 일원으로서 우리 한국인들의 역할도 작지 않을 것이다. 뉴질랜드의 정체성에 걸맞은 한국계 뉴질랜드인들의 활약이 요구되는 이유이다. 


소설 ‘파친코’를 여는 강렬했던 첫 문장. 

History has failed us, but no matter.

역사가 우리를 망쳐놓았어, 하지만 괜찮아.


21세기를 사는 전 세계의 한국인들. 이제 우리는 자신 있게 외칠 수 있다.  

History has strengthened us, no matter what.

역사가 우리를 강하게 만들었어, 무슨 역경이 있더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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